2025. 12. 7. 22:49ㆍ생각하기
- 박경리 작가 독서챌린지 토지6기
- 38주차 : 5부 4권 (토지 19) [4편] 5장. 평사리의 어둠 ~ [5편] 1장. 대결
어느 시대에나 무언가를 줄여부르는 건, 사람들에게 재미였던 것 같다. 약녀같이 살아왔던 '배설자'의 횡사에 대해서 '선혜'와 함께 일종의 기쁨을 공유하며, 그녀를 위로차 찾아간 '인경'이 '명희' 이야기 꺼내자, '선혜'가 꺼낸 말이 다음과 같다.
“명희 그 애도 그렇지만 오빠가 문제야. 어쩌면 그렇게 무능한지, 만년 문청이라니까.”
“문청이 뭔데?”
“문청도 몰라? 문학청년.”
책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나왔던 단어 인데, 사교모임 또는 특정 사상을 가진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려니 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학청년'이었다니, 그리고 다소 비아냥 거리는 뉘앙스로 사용되어 왔는데 그 뜻을 알게 되니 더더욱 의아하게 느껴진다.
우유부단함 때문이었는지? 생활력 없이 살아가는 모습 때문이었는지, '임명빈'이 이렇게 평가되는 모습이 조금은 놀랍게 느껴졌다. 도솔암에서 건강을 되찾아 가던 '임병빈'은 건강이 악화되어, 가족들이 내려간 상황이다.
학교에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던 '상의'가 '사카모토'의 불공평한 처사와 2료 학생들에 대한 차별에 대해서 면전에서 대단한 설전을 펼치자, 동료들 하급생들 모두 깜짝 놀라게 된다. 너무 당황스럽게 일격에 당한 '사카모토'는 엉겁결에 자리를 떠나게 되고, 어쩔 수 없이 학교의 위계질서상 '사카모토' 선생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하게 됨을 치욕스럽게 생각한다. 본인 스스로도 그 때 자신이 내뱉었던 말들이 당황스럽고, 퇴학 당하리란 걱정과 부모 (특히, 만주에 있을 '홍이') 의 기대를 저버렸음에 앞 일이 걱정스러운데, 이상하게 이야기는 '사카모토'의 패배로 마무리 된다. 외부 요인이 있었음이 짐작되고, '진영'이 관여되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내막은 설명되지 않는다.
전등은 끄고 스탠드만 켜져 있는 방 안은 어두웠다. 잠옷을 입은 사카모토 선생은 단정하게 앉아서 한동안 말이 없다가,
“리노이에상.”
“네.”
“선생도 사람이니까 완벽하다 할 수 없겠지.”
“…….”
“그러나 학생이 학생의 본분을 잃는다는 것도 잘하는 짓은 아닐 거야.”
상의는 앉아서 두 손으로 양 무릎을 꽉 누르는데도 다리는 후들거렸다.
“여자란 첫째 순직하지 않으면 시집을 가도 시부모님한테 귀여움을 못 받는 법이야. 나는 리노이에상이 그런 반항적 기질이 있는 것은 미처 몰랐다. 이번 문제를 학교에다 넘기려고 생각 안 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온순했던 너의 성격을 감안해서 자존심이 상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뒤미처 해보았고 그러니 없었던 일로 하겠다. 그러나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그때는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38주차 미션 : 5부 4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포함한 감상평
'상길'은 '여옥'과의 만남에서 함께 살자며 청혼을 하지만, '여옥'은 홀로 당당하게 살아가겠다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한다.
“당신이 말하던 그 할머니, 그곳에서 심경이 변한 거요?” 최상길은 담배를 꺼내어 불을 붙이고 나서 물었다. “그런 점도 있겠지만…… 그 할머니 사시는 모습에서 감동을 받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분은 자신의 불행까지 사랑한다고 할까, 천지만물 모든 것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았어요. 겨울 긴긴 밤에 목화씨를 발가내면서도 밥을 짓고 아궁이에 솔가지를 뿐질러 넣을 때도, 아들에게 옷을 갈아입힐 때도, 그 정성이 하나의 의식같이 보이는 거예요. 할머니 자신도 조금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말이에요. 나도 저와 같이 시간을 가득하게 살아보고 싶다 그런 생각 여러 번 했어요. 싱그러운 풀 같고 흐르는 강물같이, 뭐라 설명이 안 되지만.”
'상길'이 그를 지금까지 이끌어와준 것을 떠나서, '여옥'은 그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한 부분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것들에 사랑하고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닮아가겠다는 마음. "시간을 가득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다짐에 내 마음도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