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2. 20. 00:38ㆍ생각하기
- 박경리 작가 독서챌린지 토지6기
- 40주차 : 5부 5권 (토지 20) [5편] 5장. 동천 ~ [5편] 7장. 빛 속으로!
'영팔이노인'이 떠났다. 다들 호상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본인도 '영팔이노인'이 혼자 남아서 고생하는 것 보다, 그가 편하게 세상을 떠남을 다행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판술네'.
“서운하기야 하지마는 성님 얼매나 다행입니까.”
판술네 말에 두만네는,
“말로야 그러지마는 속마음이야 어디 그럴라구.”
“성님이사 그래도 좀 나이 덜 들어 그랬겄지마는 이 나이가 되어 보시이소. 그런가? 잘 갔제요. 내가 먼저 죽고 영감탕구만 남아보이소? 거기다가 병이나 들어서 오줌똥이라도 받아내게 된다믄, 며느리들이 무신 할 짓이겄노.”
“그거사 그렇다마는 한분 가믄 다시 못 보는데 죽음 앞에는 늘 한이 남는 기라. 초상 끝내고 혼자 되어보제? 그때는 적막강산이다.”
세 안늙은이는 초상집이 아닌, 그냥 이웃집에 마실 온 사람같이 또 영감이 작은방에서 잔기침을 하며 담배라도 피우고 있는 것처럼 담담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그러다가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또 자신이 한 말하고는 딴판으로 판술네는 손수건을 꺼내어 눈물 콧물을 닦곤 했다.
친구처럼 웬수처럼 아웅다웅 살아가던 그 들이었으니, 장례가 끝나고 나면 물 때 물이 밀려들어오듯 할 그 허전함을 혼자서 어이할꼬, '연학'과 함께 따라온 '남희'는 여전히 그늘져있다. 그와 다시 진주로 돌아가는 길에 '연학'에게 '양현'이를 도와서 간호부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은연 중에 삶에 대한 희망을 보인다. 아직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과 세월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남희'의 일어서려함이 대견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 안쓰럽다.
절망적인 파도를 넘고 넘어 살아왔으며 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인생이 엄숙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만 본능적인 삶에의 욕구, 죽음이 두려운 때문인가, 전생의 업을 갚기 위한 때문인가? 그렇다면 남희는 전생에 무슨 악행을 범했더란 말인가. 사냥감같이 잡혀서 전선으로 보내어지는 조선의 순결한 딸들은 어떤 업을 짊어졌기에 일본 군대 야수 같은 몸뚱이 밑에서 살이 썩어가야만 하는가. 대체 조선 민족은 일본 민족에게 갚아야 하는 죄업이 무엇인가.
그리고 《토지》 는 일제가 항복선언을 하고 광복을 맞으면서 마무리가 되지만. 지리산에서 광복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 이들을 위해서 '명희'가 기탁한 큰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모인 자리에서 독립 이후 펼쳐질 또 다른 혼란이 예상이 되니,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된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야 하니까요. 반동에 대항하는 무력은 필수적입니다.”
“그거는 자네나 우리들의 소관이 아닐세. 명색이 중국에는 가정부(假政府)가 있고 소련이나 만주 방면, 멀리는 미국에까지 독립운동을 해온 사람들이 부지기순데 자네가 원한다 해서 되는 일도 아니며 원치 않는다고 해서 안 되는 일도 아니네.”
“물론 그것은 제 혼자의 의사가 아니지요.”
“한 가지 명백하게 얘기해두어야 할 일은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정권이나 정치하고는 인연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네. 어쩌다가 참지 못하고 이 길로 들어서서 약속도 보상도 모리고 다만 항일만 해왔던 사람들이라 그 말이제. 이렇기 말해서 될란가 모리겄다마는, 그 방면으로는 교육도 받고 훈련도 받았을 전문인 자네하고는 사정이 다르다 그 말일세.”
"신분제폐지/일제식민지/정치대립/6.25/근대화" 50년 이란 짧은 세월 동안 우리 민족에게 불어닥친 수 많은 혼란 요소들. 서서히 준비할 수 있고, 사회적 고민과 공감대 속에서 지나갔으면 좋았을 것들이 압축되어 지나가 버렸으니, 이 것들이 남긴 생채기는 2025년이 된 지금도 우리들에겐 쓰라린 상처로 남아 있다.
40주차 미션 : '《토지》를 마무리하는 소감' 을 포함한 감상평
마침내, 《토지》 20권 완독을 했다. 작년의 독서챌린지 '길상'의 인연으로 시작하게된 긴 여정이 끝이 났다.
40주라는 길었던 긴 시간보다, 《토지》 속에 등장했던 수많은 인물들 (19권 정도되어서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을 메모할 일이 없었다) 과 말과 행동들을 통해 묘사되는 각자의 인물됨. 이 수많은 인물들에게 각각의 말투와 성격을 부여함으로서 이야기에 생명력이 부여한 사람이 한 명의 작가였다는 사실이 더욱 더 믿기지 않았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물론 광복 이후 6.25 초반의 이야기들이 《시장과 전장》 을 통해서 묘사되긴 하지만, 1년 동안 감정 이입을 해가면서 보아왔던 많은 인물들이 광복 이후 어떻게 살아갔는지 알길이 없다는 것이다. 도솔암의 일행들은 '이범준'에게 휩쓸려서 해를 입지는 않았는지, '길상'은 건강하게 잘돌아와서 어떤 노후를 보냈을지, '홍이'와 '영광'의 소식 뿐만아니라, 심지어 '김두수'의 이야기 까지도...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혹시 작가님이 이후 이야기 전개나 흐름에 대해서 구상안을 만들어 두셨다면, 《Wheel of Time》 이나, 《베르세르크》 처럼 누군가가 나머지 이야기를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도 있건만.

올해는 이렇게 마감을 하고 내년에는 이 아쉬움을 《태백산맥》을 통해서 달래보려고 하는데 잘되겠지?
지난 '길상' 때도 그랬지만, 토지문화재단 담당자 분의 끊임없는 독려와 관심이 없었다면 절대로 마무리할 수 없는 여정이었기에 다시 한번 더 토지문화재단 담당자 분께 감사 말씀드리면서, 긴 글 타래를 마무리 합니다.